[하남=팔당유역신문] 경기도 하남시 창우동 소재 복합문화공간 ‘공간이다’가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 기획 ‘타자의 초상’展을 오는 6월 5일부터 7월 6일까지 개최한다.

‘사진인문연구회 백인백색’은 예술 활동의 기반을 인문학적 사유에 둔 예술가들의 전시와 그들 담론의 활성화를 지원한다.

이번 기획전은 여성, 이주민, 노동자 등과 같이 권력의 중심에서 소외되고 배제되어 차별받고 억압당하는 타자들을 촬영한 강용석, 김혜원, 조현아, 차경희의 사진을 초대하여 예술적 성찰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 강용석의 ‘동두천 기념사진’

▲ 강용석-동두천 기념사진

외화벌이 성(性) 노동자라는 최하위 계층의 ‘양공주’를 촬영한 강용석의 ‘동두천 기념사진’은 정치적 층위에서 타자의 초상에 접근한 사진이다.

강용석은 1984년 동두천 보산리 미군 부대 근처 술집에서 촬영한 ‘양공주’의 초상사진을 통해, ‘양공주’가 한국사의 치부를 드러내는 존재로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지 못하고 사회적 천민으로 배제되었음을 보여줬다.

또한 그는 미군병사가 주둔국에서의 여흥을 즐기기 위해 ‘양공주’와 함께 찍은 이 초상사진을 통해 주한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한국의 분단 현실을 상기시켰다.

특히 강용석은 위압적이고 당당하고 활기에 찬 미군 병사와 밝은 표정이거나 무표정이거나 슬픔이 배어나오는 ‘양공주’의 초상사진을 나약하고 초라한 주권 국가의 초상으로 제시하면서, 한미 간 힘의 불균형과 불평등을 드러내었다.

나아가 그는 원색적이고 자극적인 컬러로 찍은 이 기념사진 형식을 통해 끝나지 않은 전쟁의 기념화, 여성 신체에 가한 폭력의 기념화, 약소국을 점령한 식민제국의 기념화가 타당한지를 묻고 있다.

▲ 김혜원의 ‘용담댐 시리즈-수몰 이전: 수몰민’

▲ 김혜원-수몰민

1997년 전북 진안군 ‘용담’ 지역의 수몰민을 촬영한 김혜원의 ‘수몰민’은 지역적 층위로 접근한 타자의 초상이다.

이들 수몰민들은 자본주의 산업화 과정에서 중심의 질서에 포섭되지 못하고 낙후된 주변으로 배제되어 지역 차별과 소외를 받아온 농촌 지역민들이라는 점에서 타자로 영역화된다.

특히 ‘용담댐’ 건설로 조상 대대로 함께 살아온 고향을 떠나 강제 이주된다는 점에서, 이 수몰민들은 산업화 시대가 양산한 이산민(離散民), 디아스포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김혜원은 ‘수몰민’ 사진에서 수몰이나 실향에 대한 연민이나 감상 대신에 수몰민들의 고향에 대한 정서적 유대감을 강조했다.

안방, 마당, 집, 논밭을 배경으로 그들의 삶을 기록하여, 고향땅에서 형성된 수몰민들의 정체성을 드러냈다. 특히 거울과 액자, 시계와 달력, 십자가와 성모상, 성냥갑과 모기장, 텔레비전 등의 가재도구를 소재로, 지역의 장소성과 미시사를 부각시켰다.

▲ 조현아의 ‘동두천 나이지리아’

▲ 조현아-동두천 나이지리아

조현아의 ‘동두천 나이지리아’는 인종적 측면이 부각된 타자의 초상이다.

조현아는 미군기지가 인접한 동두천 보산동에 거주하는 나이지리아 출신 이주민을 촬영했다. 그는 차별적 시선과 배타적 태도를 감내해야 하는 이주노동자의 힘겨운 삶에 주목하여, 인간성 대신 ‘값싼 노동력’으로 평가되어 비인간적이고 반인권적 상태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일상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조현아는 이주노동자라는 정형화된 이미지가 아니라 인물의 내면성에 주목했다. 따라서 신분이 직접 드러나는 노동 현장이 아니라 사적 공간인 방안을 택하여 그들을 촬영했다.

또한 조현아는 편안한 자세로 카메라를 경계하지 않고 친숙하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시선과 표정을 포착하여 그들을 위엄이나 여유를 지닌 주체적 존재로 보이도록 했다. 이주노동자를 우리와 같은 한국인으로 인식하고, 온정적이고 포용적인 시선으로 카메라에 담은 것이다.

▲ 차경희의 ‘푸른 방’

▲ 차경희-푸른 방

차경희의 ‘푸른 방’은 성별(性別)적 특성을 고려한 타자의 초상이다.

이들은 모두 평범한 여성들이지만, 이성과 합리성을 중시하는 근대성의 구조 안에서 멜랑콜리라는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인 감정을 상징화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타자가 된다. 따라서 차경희는 이성의 영역에서 터부시된 멜랑콜리를 통해 근대가 기획한 타자화에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차경희는 전근대적 가부장제에 머물러 있는 한국 사회가 남성중심주의 시각으로 여성을 억압하고 통제하여 타자화하는 구조를 드러내고자, 우수와 비애를 내면화한 여성들의 심리를 포착했다.

그 결과 방안의 ‘침실’, ‘액자’, ‘구두’, 거울에 붙어 있는 ‘바나나’ 사진 등 일상의 가구와 소품들은 자율적 자아를 찾는 여성들의 자기 욕망을 드러내고 있다.

‘타자의 초상’展에 초대된 4인의 사진가는 각기 상이한 초상사진의 재현 전략을 통해 정치, 경제, 계층, 성별에서의 초상의 의미를 발견하고 근대 산업자본주의 사회의 이면과 허상을 드러냈다.

특히 이들 사진가들은 초상사진이 ‘타자’로 기호화하여 인간을 차별화해 온 데 대한 반작용으로 초상의 위계에 저항하면서 ‘우리’의 가치를 확인했다. 그것은 그들이 타인의 삶의 현실, 그 고통 앞에 선 사진가로서 이들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우리’를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었다.